문제해결은 또다른 문제를 낳고..

2018. 6. 6. 18:42그냥 생각나는 것들

얼마전에 고향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준 얼리어답터이다. 특히 애플제품을 좋아한다.

그 친구의 관심사는 노트이다.
예전에는 에버노트를 유료로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OneNote로 갈아탔다고 한다. 
이유는 동기화와 다양한 디바이스에서의 호환성이 아닐까 한다.

최근에 구입한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서 필기하고, 이를 OneNote에 동기화한다.
사생활이나 직장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친구가 기록하는(아이패드에서) 모든 기록은 OneNote에 남는다.

굉장히 편리하다. 필기뿐만 아니라 키보드를 사용한 타이핑도 가능하며, 웹이나 모바일에서 텍스트 외의 다른 정보도 쉽게 끌어다 놓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이나 웹, 메일 등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유가 손쉽다.

사실 나도 필기나 기록에 관심이 많아서 OneNote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비싸서 갤럭시 태블릿 노트도 있고, 지금 사용하는 폰도 갤럭시 노트8이다.

그런데 뭔가... 필요에 의해 필기하는게 아니라 필기를 하기위해 필기할 것을 생각하는 느낌은 뭘까?
좀 더 체계적으로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서 카테고리를 구상하고 기록물간의 교집합이 생기지 않도록 머리를 쥐어짠다.
모든것을 모든상황에서 OneNote에 기록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OneNote로 취합을 해야하는 일도 생긴다.

이 모든 과정은 마치 프로그래밍을 하는 느낌과 유사하다.

정보를 체계화하고 예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외처리규칙도 정의해야 한다. 
예를들어 난 다이어리에 그날 일상과 생각들, 그리고 갑자기 떠오르는 주제에 대해서 적는다.
그리고 평소에 불규칙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고자 '아이디어' 라는 카테고리를 이미 만들어놓았다.
어느날 기록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때 난 그날의 다이어리에 이 아이디어를 적어야 할까 '아이디어'에 적어야할까?

정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내가 이런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정의하면 그만이다.
근데 왜 그게 일처럼 느껴질까? 아마 이런 충돌은 끝나지도 않을 뿐더러 기록물의 양이 방대해질수록 점점 복잡해질 것이다.

편리하고자 만든 기술인데 오히려 내가 집중해야할 대상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고,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쏟아지는 기술과 정보들 중에서 그것을 취사선택하는 비용이 추가되고 있다.
가장 웃긴건 이렇게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기록한것을 다시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노트말고도 이런 경우는 꽤 많다.
예를들면 내 진로 문제.
세상은 복잡해지고 이것저것 직무들이 섞이고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경우가 넘쳐나는데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머리를 굴리고 계산하고, 이렇게 될 확률 저렇게 될 확률.. 전략을 수백번 수정한다.
그런데 결론은 없다. 왜냐면 그걸 계산할 수 있었으면 이미 나는 고민하지 않았을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한발짝 떨어져서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무덤덤하게.. 그때가서 생각한다는 느낌으로 살아야 현재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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